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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디지털성범죄 유독 만연한 나라 ... 이준석 등 정치인, '젠더 폭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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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제준 작성일22-12-09 00:42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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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HRW) 여성권리 부문 부디렉터의 좌담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련됐다. 정 의원은 24년 동안 여성 폭력 현장에서 피해자를 지원한 전문가다. HRW는 1997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국제 인권 단체로, 지난 6월 전 세계 국가 중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 보고서를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만 콕 집어 조사한 데에 이유가 있나.
바=우선 온라인상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쓴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디지털성범죄가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숨겨진 불법촬영 카메라를 이용해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촬영하는 것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흔하다. 물론 외국에도 공공장소 불법 촬영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모든 여성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수상한 구멍을 휴지로 막을 정도이지는 않다. 또, 촬영물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유되는 정도나 범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 2018년 한국 여성들은 용감하게 시위에 나서 정부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점에 주목해 한국에 대해서만 디지털성범죄 보고서를 발간했다

HRW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관계 부처와 수사기관 등에 권고사항을 제시했는데.
바=4가지로 요약하고 싶다. ①한국 형사소송 체계가 디지털성폭력을 대응하는 데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경찰, 검찰, 판사 대부분이 남성인 점도 그렇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경찰은 디지털성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상당수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판사들은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②생존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정말 혁신적인 모범사례로 다른 나라에도 권고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고 서울에 집중돼 있는 점이 한계다. ③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법정에서 가해자나 불법 촬영물 소지자들에게 촬영물의 유포를 중단하고 삭제하도록 하는 법정 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구제제도가 없으며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④마지막으로 한국의 성교육이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할 때 관계에서의 성평등과 디지털 시민교육을 병행해 가르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HRW가 한국의 실태를 조명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바=생존자 인터뷰가 부족했다. 38명에 그쳤다. 아프간 여성 교육 보고서를 쓸 때는 250명을 인터뷰했다.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마 트라우마가 커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와 소통하는 게 어려웠다. (이 대목에서 바 디렉터는 ‘일반적이지 않은’이라는 뜻의 영단어 ‘unusual’에 ‘very’를 붙여 강조했다) 아프간에서 활동했을 때 우리는 아프간 정부뿐 아니라 심지어 탈레반과도 소통을 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 기관은 어디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만이 서면으로 답을 했을 뿐 면담할 수 없었으며, 교육부,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도 만나주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 정부를 돕기 위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조금 열린 자세로 비판을 수용했으면 좋겠다.

(...)

가정폭력 등 전통적 형태의 젠더 폭력이 디지털 기반 폭력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정=디지털성폭력이 새로운 유형으로 나타난 건 확실하다. 사실 과거에도 성관계 사진을 찍어 우편으로 보내는 등의 폭력이 있었으나, ‘수동(手動)’에 가까웠다. 훨씬 사진 등을 찍기 쉬워졌고,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결정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생겼다. 폭력의 양태는 비슷하나, 발현되는 방식이 핵심적으로 다르다. 첫째, 많이 퍼진다. 가정 폭력의 경우 주변 몇몇 사람이 알 수는 있어도 아는 사람이 소수다. 둘째,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이트에 지워도 다른 사이트에 있고, 모바일 메신저에 남아 있고,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이를 두고 ‘유작’이라 하지 않는가. 전통적 젠더 폭력은 벗어나거나 극복해 계속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했다면, 디지털성범죄는 도망갈 수 있는 길이 없게 느껴지는 잔혹한 범죄다.
-분명히 어떤 범죄는 ‘젠더 폭력’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안티페미니즘을 큰 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야당 대표는 이를 개인의 문제라며 축소한다. 국제적으로는 어떠한가.
바= '젠더 기반 범죄'는 젠더가 존재하는 이상 분명히 존재하고 존재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폭력과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엔 여성(UN Women)의 매뉴얼 가이드 책에서도 관련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젠더 폭력은 말 그대로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이다.
정=여가부의 ‘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강간, 성추행 등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비율에서 여성은 18.5%인데 이는 남성(1.2%)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많은 이들이 성폭력을 성적인 매력으로 인한 것, 젊은 여성이 많이 겪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 제가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을 때 지원했던 사건 중에는 시골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성폭력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이를 젠더라고 하는 힘의 격차가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일이며, 여성·남성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다.

-입법 과정에서 젠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특히 겪는 어려움이 있나.
정=여성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통과시키는 과정이 어렵다. 상임위 중 여성가족위원회는 그래도 대부분 위원들의 이해가 있어 통과가 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여성 위원이 적어 법안을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만들면서 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어 ‘여성 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다’라고 썼다. 생물학적 성인 '여성'에 대한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고 사회·문화적으로 부여된 남성성·여성성(젠더)을 기반으로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폭넓게 아우르기 위함이었다. 그랬더니 법사위에서 이 부분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바꿨다. 적용 대상이 반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본 취지도 훼손한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나 처해본 경험이 없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걸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http://m.hankookilbo.com/News/Read/A20211124141500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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